앉아있는 생각
강영환
잡은 네 손이 차갑다 한데서 몹시 떨었구나 길가에 놓인 의자에 앉
은 소녀는 몸이 차갑고 오래 앉아있어 몸이 구겨진 채 끝내 펴지지 않
을 것만 같다 소녀의 견고한 몸에서는 빛보다 더 많은 어둠이 쏟아져
내려 그림자를 두껍게 펼쳐놓는다 바닥에 엎드린 그림자 위에 앉은
소녀는 머리에서부터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푸른 녹을 온몸으로 받아
낸다 오래 앉아있는 한 생각이 있다 소녀의 내장은 빈 허공으로 채워
져 있어 두드리면 공명을 깊게 울었다 텅 빈 소녀가 지나온 그늘 속
시간들이 가슴을 열지 못하고 울고 싶었을까 머리 위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소녀를 대신해 울었다 노을이 왔다 가고 어둠이 찾아온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소녀가 어둠을 먹었다 머리카락에 붙은
흡반을 죄다 열고 맛있게 먹었다 소리를 내며 울지 않아도 몸이 열리
고 구부러진 몸이 펴졌다 어둠이 지울 수 없는 실상이다 길 위가 집인
소녀는 벗은 발이 차갑다 아직도 사람들이 읽지 못한 생각으로 반짝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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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티카』 2017-상반기호 <시에티카 초대시>에서
* 강영환/ 경남 산청 출생, 1977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 1979년『현대문학』으로 시 ·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시조 등단, 시집『칼잠』『출렁이는 상처』외, 시조집『모자 아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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