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표정
이해존
얼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표정은 표정 속에서 엷어지고
가면을 갖지 못한 두 눈이 붉어진다
가면을 가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세상
눈동자가 어둠 속을 떠다닌다
뭐든 숨기고 싶어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들고
뭐든 들킬까봐 하나뿐인 얼굴을 가린다
어깨 위로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얼굴
불안한 노래가 뜨거운 입김으로 공명한다
새장 속의 노래를 놓아주기 위해
절망에게 열쇠를 맡긴다
아일랜드 숲 속처럼 외롭고
바깥은 커다란 가면 같은 절벽이어서
우리는 숲을 두고 떠나지 않는다
낯선 가죽이 살갗으로 번지는 시간
세상과 마주한 야생이 달려들거나 도망친다
아일랜드 숲 속에서
노래는 점점 야생의 울음을 닮아간다
무표정으로 가장한 얼굴 속에서
노래가 수많은 표정을 짓는다
-전문-
▶ 나와 당신이라는 유대, 그리하여 머나먼 결별(발췌) _ 조동범
영화 속 프랭크가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점에서 시 속에 등장하는 가면이 영화로부터 모티프를 가지고 왔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존의 「바깥의 표정」에 가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시 전체에서 영화 '프랭크'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시에 등장하는 가면은 영화의 가면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영화의 가면과는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자신만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다. / 가면은 흔히 주체를 가리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가면을 통해 가면 안의 허상만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면은 주체와 분리된 타자의 모습으로 남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가면을 쓴 자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타자의 위치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주체가 소멸되고 가면만이 남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이해존이 말하고자 하는 것 역시 바로 이와 같은, 주체가 사라진 채 가면만이 남게 된 존재에 대한 것이다. 가면의 내부에 주체라는 실체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체는 사라지고, 주체가 사라진 자리에 가면만이 남겨지게 된 것이다. 이해존은 허위로 가득 찬 세계의 모습을 가면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해존의 가면에 '프랭크'의 가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해존의 가면은 그저 '프랭크'를 「바깥의 표정」의 세계로 인도하는 다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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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무』 2017-봄호 <시와 산문/ 시작평>에서
* 이해존/ 2013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 조동범/ 경기도 안양 출생, 2002년『문학동네』신인상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함, 시집『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금욕적인 사창가』등.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등. 청마문학연구상, 김춘수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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