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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 디지털 행성의 탄생/ 하원규(河元圭)

검지 정숙자 2016. 12. 1. 15:55

 

 

『문학사상』2016-12월호/ 특집<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어떻게 대비할까

 

 

  <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 디지털 행성의 탄생

 

   하원규(河元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연결통신연구소 초빙연구원

 

 

 

  1.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제국의 출현이다

  인류 최대의 문명사적 대변혁이 몰려오고 있다.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하고 있는 거대한 디지털 유기체 제국의 탄생이다. 역사상 출현했던 그 어떤 제국보다 거대하고 인류가 성취한 그 어떤 혁명보다도 혁신적인 파괴력을 머금고 있지만, 아직 그 전모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250년 전 증기기관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기계가 세상을 바꾼 것이 1차 산업혁명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어두운 밤을 밝히고 공장의 기계를 돌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를 가져온 전기가 우리의 삶을 뒤바꾼 2차 산업혁명이었다. 전자가 우람한 도구와 기계들의 제국이었다면, 후자는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시스템을 장악한 전기 에너지의 제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과거 기계와 전기가 세상을 혁신하였듯이 오늘날의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우리는 사실상 인터넷 제국의 구성원이 되어 정보와 지식을 글로벌 차원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사무실과 공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강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현재를 3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면,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좀 과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3차례 산업혁명의 성과물인 기계, 전기, 컴퓨터와 인터넷에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도처에 파고드는 강력한 지능제국의 출현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한마디로 삼라만상에 AI가 깃드는 디지털 행성 세계이다.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차원의 비전이 제시되고 전략모델이 활발하게 설계되고 있다. 2011년 독일에서 제창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궁극의 제조업 비전을 시작으로, 2012년 미국의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met, 2015년 중국의 '제조2025', 2016년 일본의 '서사이어티 5.0(초스마트사회)' 등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의 공통전략은 제조업 혁신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국가시스템 전반의 혁신으로 확장하여 가고 있다. 

  산업사 관점에 조망한 산업혁명은 당대의 범용기술GO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을 출현시켜왔다. 범용기술은 일상생활의 필수품을 만들어내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광범위한 용도로 응용되면서 사회적 변혁의 추동력으로 작동한다. 2016년에 들어와 다보스포럼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논의에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과 같은 새로운 범용기술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학기술의 가속적 발전과 연계가 산업 생태계와 고용 형태는 물론 사회전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산업혁명의 정중앙에 인터넷과 AI가 상호작용하는 만물인터넷 생태계가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의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하여 지구차원의 온라인 세계를 탄생시켰다. 2000년대의 인터넷은 전 세계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연결하여 전자상거래 등 앱기반 플랫폼 경제를 융성시켰다. 그리고 2010년대의 인터넷은 사물을 연결하는 인터넷(Internet of Things)으로, 그리고 사람 · 사물 · 공간이 서로 연동되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퍼스널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은 삼라만상을 연결하고 여기에 지능을 부여하는 새로운 혁명을 발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본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성의 확장(초연결하다)과 여기에 인공지능(AI)이 찾아드는 초지능성의 확장(초지능화하다)으로 보고 그 함의를 찾아가고자 한다. 

 

 

  2. 초연결 빅뱅! 스스로 진화하는 인터넷이 만물을 초연결한다

  인터넷은 수십억 디지털 거주자와 이들이 사용하는 수백억 개의 단말을 거느리는 웅대한 제국이다. 제국의 주인은 거대한 클라우드에서 지능의 단비를 뿌리고, 때로는 지능의 바람을 넣어 디지털 만물을 키워내고 있다. 위대한 기술사상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케빈 켈리는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인터넷은 세상에 나온 지 8000일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갖는 본질적인 힘을 변화로 보았다. 인터넷에 연결된 세계는 고착된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고 동사화되어가는 과정(Becoming)이자, 전세계가 이용해서 인공지능(AI)을 강화함으로써 전기와 같은 서비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Cognifying)으로 포착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 동영상을 즐기고, 전철 속에서도 실시간 야구중계를 보는 익숙한 광경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 8000일간의 인터넷은 모든 가정과 사무실의 PC와 모바일의 초연결 플랫폼을 통하여, 역동적인 사이버 행성을 탄생시켰다. 고속도로가 자동차로 넘쳐나듯 인터넷 고속도로에는 정보가 흘러넘친다. 정보고속도로를 자유롭게 오가는 밀레니엄세대들은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부상했다.

  그럼 앞으로의 8000일간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내 보일까? 전세계의 PC와 모바일을 초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가 앞으로는 사물과 사물, 장소와 장소 그리고 사람 · 사물 · 공간을 씨줄 날줄의 그물망처럼 엮어서 지능적으로 처리(인지화)하는 만물지능고속도로로 바뀐다고 한다면, 너무 도발적인 발상일까?

  이러한 만물지능고속도로가 구축되면 집안의 모든 가전, 공장의 산업기기, 사무실과 공원의 조명, 교통신호등과 자동차 그리고 퍼스널 로봇, 스마트 센서 등이 실시간으로 접속된다. 한마디로 삼라만상과 인터넷이 한없이 서로 다가가는 초연결 만물생태계의 융성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범용기술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AI 등이고 이들을 제어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기간산업이 되고, 도시의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사람, 사물, 공간, 시스템이 미세혈관처럼 초연결되어 갈수록 만능 인터넷의 힘은 한층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미 우리는 사람을 넘어 현금자동지급기, 가전, 자동차 등과 같은 생활세계의 사물과 장소도 인터넷에 초연결되어가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된 ATM을 통해 은행에 가지 않고도 현금을 인출하고, 스마트폰의 알림 서비스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ATM이라는 사물, 자동금융거래 시스템, 스마트폰 이용자, 방범 카메라 등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초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가오는 만물초연결 시대에는 현실세계의 신변, 주변환경은 물론 도시의 인프라와 공장의 기계도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상신호가 발견되면 시스템을 점검하고 즉시 담당자에게 통보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모바일 관점의 2020년대는 5G이동통신시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5G성능의 3대 비전은 최대전송속도 20Gps, 전송지연 1밀리세컨드(0.001초) 이내, 1 내 100만 기기의 연결이다. 수십만 대의 자동차가 출근길을 메운 상황에서도 관제센터, 신호등, 도로  등의 초연결을 통해 안전하고 원활한 모빌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조건이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안전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데이터를 지연 없이 중앙시스템 혹은 분산 배치된 자동차의 엣지 컴퓨팅에 전달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군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과 0의 코드로 1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산업을 일으켰다. 이는 3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파급효과이다. 그러나 현재의 단계에서는 PC,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가전 등 극히 일부만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의 1%도 되지 않는다.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시스코 라이브 2013에서 "물리적 객체의 99.4%는 아직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 서로 연결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은 주소, 이름, 생년월일, 성별,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드의 기본 속성정보를 지닌다. 이러한 식별정보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연결성을 강화하여 간다. 마찬가지로 모든 기계와 제품도 단말 번호, 설치 장소, 제조 일자, 생산자 정보 등의 기본 속성을 갖는다. 이들은 인간의 속성정보와 기계의 식별정보가 더욱 정교하게 연동되는 공통 플랫폼에 등록될 것이다. 사람과 제품 그리고 기계가 초유기적 관계로 조직화되어 점차 하나의 통일장統一場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3. 초지능 빅뱅! 스스로 학습하는 AI와 인터넷이 함께 진화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입체적 초연결 플랫폼을 무대로 현재의 유치원생이 대학생이 되는 2030년 경에는 1천억 개의 다비이스와 조 단위의 센서Trillion Sensors가 디지털 유기체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초연결된 디지털 행성의 생태계에서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자가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로 등극할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 제국의 새로운 중심국가도 출현한다.

  인터넷은 과거의 인류의 발명품과는 사뭇 다르다. 증기기관, TV,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면서도 비활성적인 발명품이다. 하지만 인간의 과학적 소산인 인터넷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스스로 자기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의 모든 발명품을 엮어가면서 거대한 아메바처럼 자가증식을 반복할 것이다.

  제프리 스티벨이 쓴 《구글 이후의 세계Wired for Though는 인터넷과 뇌가 한없이 닮아가고 있다고 단정한다. 뇌의 작동요소가 뉴런이라면 인터넷은 컴퓨터의 메모리이다. 뇌의 전달방식이 시냅스와 축색돌기라면 인터넷은 광섬유망과 무선망이다. 뇌의 학습방식이 스스로 학습하고 기억한다면, 인터넷은 스스로 작동하고 복사 및 개선해간다. 뇌가 전기적 · 화학적 신호를 통해 뉴런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인터넷은 전기신호를 통해 컴퓨터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뇌가 1000억 개의 뉴런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인터넷은 수백억 대의 컴퓨터와 디바이스가 연결되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인터넷이 브레인의 생태계에 한없이 수렴하는 초지능 세계에서 성숙된다. 미래의 인터넷 생태계는 연결성의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본질적으로 무수한 인공지능을 품게 될 전망이다. 초연결성과 인공지능이 대뇌피질처럼 융합된 생태계를 초지능화라고 개념을 정립할 수 있다.

  140년 전 전기가 실용화되기 전까지는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의 관점에서는 스위치를 넣어 전기로 작동하는 전동 공작기계의 출현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 동안 세상의 모든 가전과 산업기계는 송배전망을 경유하여 공급되는 전기 에너지로 작동되기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지금까지 전기가 수행하여 왔던 그 자리에 인공지능이 자리잡아 지구행성의 발전을 주도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에서 경험하듯 조리개나 필름 그리고 렌즈와 같은 부품 기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과 정교한 제어력을 갖는 초지능 장치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세돌과의 대전에서 승리한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3천만 기보를 터득한 것처럼, 근미래의 AI카메라는 수많은 전문 사진가들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다. 동시에 사진의 촬영기록이 축적될수록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ming을 통하여, 자신의 카메라 주인이 선호하는 대상인식, 명암과 구도를 갖추게 된다. 마치 환경에 적응하여 가는 디지털 초생명체Superorganism처럼 주인의 기호를 맞추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가속화한다.

  현 단계에서 디자인할 수 있는 초지능 인터넷 생태계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100억 스마티즌이 쿼드러플 무한대 서비스(처리용량, 메모리, 네트워크, 클라우드 자원)를 누리는 환경이다. 전력 인프라에 수천억 개의 디바이스가 연결되어 있듯이 인터넷 인프라에도 수천억 개 이상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초연결되고, 수조 혹은 수경 개의 트랜지스터Quintillions online transistors가 모든 공간에 스며드는 초지능 인터넷 제국이다. 컴퓨터가 생각하고 예측하는 제2의 뇌가 되고, 환경에 스며들어 있는 인공지능이 제3의 뇌가 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꾸만 진화하는 심층학습Deep Learning 알고리즘은 IBM의 왓슨, 구글 검색엔진, 페이스북의 시스템 관리 등에 절대불가결한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디지털 자이언트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99.999%이상의 초신뢰성으로 순식간에 상황을 인식하여 판단과 처리까지 해내는 차세대 알파고를 선점하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관련 기술, 인재, 특허를 가진 신생기업을 경쟁적으로 인수 · 합병하고 있다.

  이렇게 고도화된 심층 지능 AI가 환경도처에 편재하게 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무수한 상황을 민첩하게 처리하게 된다면, 인류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행성에서 거주하게 된다. 주지하듯 인간은 지식과 지혜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능력에 탁월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자동으로 집적하여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기계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로봇크로링 기술은 시시각각 전 세계의 뉴스와 데이터, 정보를 자동으로 끌어와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순식간에 해석하여 우리들의 스마트폰으로 뿌려준다.

  딥러닝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혜에 상당하는 알고리즘을 전문가가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지혜를 만들어 가고 있다. 10년 후, 20년 후의 우리 집 주치의는 심층학습을 끝낸 의료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맞춤형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심층학습 석사과정을 이수한 인공지능 로봇 119대원은 화재나 재난 현장에 긴급 출동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해준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초로 감정을 인식하는 퍼스널 로봇 '페퍼'를 상용화했다. IBM의 인지형 컴퓨팅 운용체제에서 작동하는 페퍼는 스마트폰의 생태계를 그대로 가져왔다. 주인과 교감이 많아질수록 페퍼의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새로운 문제해결력이 생겨나고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발굴되기 때문이다. 이젠 만물 초지능 세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메가트랜드가 되고 있다. 

 

 

  4. 한국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위해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20세기의 위업은 제조업에 있어서 육체노동의 생산성을 50배로 증대시킨 일이다. 이어지는 21세기의 위업은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그만큼 대폭 끌어올리는 일이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드러커의 혜안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만물 초연결 빅뱅과 만물 초지능 빅뱅에 의하여 모든 산업의 생산성과 인프라의 합리성을 증폭시키고, 시스템을 재창조하는 디지털 르네상스로 귀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는 인류사의 대분기Great-Divergence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현상유지와 혁신선도라는 참으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골든타임은 남아있다. 초연결 빅뱅과 초지능 빅뱅이 시작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연장에서 본다면, 현재는 다지털 행성제국 시대의 요람기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행성제국은 1만 5천 년 전 출현한 도시국가 단위의 농업제국, 18세기의 대륙 규모의 산업제국, 20세기 후반의 글로벌 정보제국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기 때문이다.

  21세기의 디지털 지능제국은 제1지구로서의 물리적 지구와 제2지구로서의 사이버 지구를 초연결하는 제3지구로서의 증강 지구행성이기도 하다. 본 글에서 전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증강된 지구행성은 100억 차세대 인터넷 가입자와 이동통신이용자 그리고 여기에 1천억 대의 지능형 디바이스와 1조 개의 고성는 센서들의 초유기체 생태계다. 현재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 신산업과 새로운 인프라를 탄생시키면서, 3개의 행성간 경쟁과 협조의 생태계로 발전하여 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굴기할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좁은 국토에 5,000만 명을 포용하는 초고밀도 도시국가로서 세계에서 제일 먼저 국가 단위로 가장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초연결, 초지능기반 혁신 국가모델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둘째, 세계 최첨단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과 전 국민 주민등록기반의 시스템 운용 경험을 축적한 공공 정보화 선도국가이다. 따라서 현대국가와 지구사회의 당면 과제를 풀어내는 과제해결선도국가로의 민첩한 전환이 가능하다.

  셋째, 전 국민이 최첨단 디바이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품질 디지털 소비 역량을 지니고 있어, 수천만 이용자의 규모로 모험적인 서비스도 시도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국가의 최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넷째, 통일한국 시대를 겨냥하여 북한 지역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단시간에 최적화된 모험적인 시스템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모델은 인류의 과제해결에 공헌하는 적정 시스템의 창출에도 공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삼성, LG와 같은 세계 최강의 메이커들이 있고 쿠팡과 같은 신예기업서비스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AI기술도 결코 뒤처지지는 않는다. 일례로 지난 12월 18일 연말특집 EBS장학퀴즈에서 퀴즈 고수들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인공지능프로그램 '엑소브레인Exobrain'과의 퀴즈 대결을 들 수 있다. 한국판 제퍼디쇼라고 할 수 있는 동 퀴즈 맞대결에서 토종AI가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IT Korea의 위업을 성취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선봉국가로 가는 담대한 항해길을 열어가야 한다. 정부와 국가지도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도전에 과감하게 응전하는 장엄한 국가개조 청사진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디지털 행성의 정중앙에서 포효하는 디지털 초강국의 기개를 한껏 떨치는 대한민국이 되어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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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원규(河元圭)/ 1981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소하여 정보정책연구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동경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와 사회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중앙일보 · 삼성전자 공동주체 21세기 논문대상, 일본 정보통신보급재단 텔레컴 사회과학상, 국무총리표창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유비쿼터스 IT혁명과 제3공간』『SUPER IT KOREA 2030』『디지털 행성 창조도시』『제4차 산업혁명』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