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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흥법> 제2조 제1항에 '아동문학'이 반드시 명기되어야 할 이유/ 이준관

검지 정숙자 2017. 1. 17. 21:35

 

 

     『한국문학인』2016-겨울호, 이 계절의 쟁점_아동문학

 

 

     <문학진흥법> 제2조 제1항에 '아동문학'이 반드시 명기되어야 할 이유

 

      이준관

 

 

  금년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그 여름 폭염처럼 아동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쟁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학진흥법>의 제정 시행이다. 지난 7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한국 아동문학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문학진흥법>을 발의한 시인이며 국회의원인 도종환 의원을 모시고 <국회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등 여러 아동문학 단체가 공동 주최하였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회원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평소 뵙기 어려운 원로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세미나실을 꽉 채운 아동문학가들은 주제 발표를 경청하고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아동문학가들이 원근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뜨거운 열기 속에 포럼이 열린 것은 우리 문학의 미래를 좌우할 <문학진흥법>에 아동문학가들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학진흥법>은 문학 정책 수립과 문학에 대한 국가 지원의 근간이 되는 법령이다. 이런 중요한 법령 조항 중에서 아동문학가들을 격분하게 한 조항은 문학을 정의한 '제2조 제1항'이다. 문제가 된 조항 전문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작품으로서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을 말한다.

 

  문학의 정의를 밝히고 있는 <제2조 제1항>에 한국문인협회 분과에 속해 있는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가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는데 '아동문학'은 빠진 것이다. 아동문학가의 수나 문학과 출판에서 아동문학이 차지하는 비중, 아동문학의 영향, 아동문학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연히 아동문학이 <문학진흥법>의 문학 정의에 명기될 줄 알았던 아동문학가들의 실망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일부 아동문학가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각종 문학 정책 수립과 지원의 근간이 되는 <문학진흥법>에 아동문학이 빠졌으니 앞으로 아동문학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발의한 측에서는 법령에 모든 문학 장르를 열거할 수 없었다는 해명이지만, '아동문학'은 결코 분명히 밝혀 적지 않아도 될 만큼 하찮고 사소한 문학 장르가 아니다.

  아동문학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동문학 작품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과 가치관, 진로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아동 청소년 시기에 제대로 된 문학작품을 읽고 자라야 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문학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기에 아동문학은 문학의 뿌리요 문학의 모태이며, 또한 문학의 미래라 할 수 있다. 아동문학의 이런 중요성을 알기에 외국에서도 국가와 정부가 관심을 갖고 아동 청소년문학을 지원한다. 아동문학 장르는 20세기에 와서 주목을 받는 장르로서 아동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의 「해리포터」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동문학은 결코 <문학진흥법>에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하찮고 사소한 문학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아동문학가의 숫자를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 분과에 등재되어 있는 아동문학가의 수는 925명이다. 시, 수필분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아동문학가와 한국문인협회에 분과가 없는 그림책 작가까지 포함하면 아동문학가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아동 청소년 도서가 출판계에 차지하는 비중을 보아도 아동문학의 비중을 알 수 있다. 매년 발간되는 아동문학 신간 출판 부수는 전체 출판 부수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신문사에서 해마다 모집하는 신춘문예 모집 공고를 보면 아동문학(동시, 동화) 장르가 빠지지 않는다. 다른 장르는 제외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 소설, 아동문학(동시, 동화, 그 중에서도 특히 동화는 어는 신문사나 시행)은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문단은 물론 문단 외에서도 아동문학을 주요 문학 장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문학진흥법>에 아동문학이 빠졌다는 것은 결코 어물쩍 넘어가거나 묵과할 일이 아니다.

  '아동문학은 성인(일반)문학이 아닌 독립 장르이다' 이것은 <국회 포럼>에서 나누어 준 유인물의 문구다. 일부에서 동시는 시에, 동화는 소설에, 동극은 희곡에, 아동문학평론은 평론에 각각 포함시켜야 한다는 황당한(?) 발상에 반발하여 내건 슬로건이다. 아동문학은 어엿한 독립 장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특수문학이다. 아무나 함부로 쓰는 문학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문학이다. 아동문학은 결코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성인문학의 하위 장르로 들어가는 문학이 아니다. 아동문학은 동요, 동시, 동화, 소년소설, 청소년소설, 그림책, 동극, 아동문학평론 등 방대한 하위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 거대한 독립 장르인 것이다.

  <문학진흥법>을 발의한 도종환 국회의원도 뒤늦게 아동문학을 빠뜨린 문제점을 발견하고 국회에서 다시 개정 발의하여 '아동문학'을 명기하기로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정책과장도 참석한 자리에서 앞으로 <문학진흥법>에 의거 구성되어 각종 문학정책 수립을 할 '문학진흥정책위원회'에도 아동문학가를 참여시키고, 추후 건립될 '한국문학관'에도 아동문학을 포함시켜 줄 것을 약속했다. <문학진흥법>에 의거 설립될 '한국문학번역원'에서도 아동도서 번역을 적극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런 약속 이행은 물론이거니와 <문학진흥법>을 개정 발의하여 <제2조 제1항>에 '아동문학'을 반드시 포함시켜 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 그리고 차제에 아동문학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여러 단체로 나누어져 있는 아동문학 단체를 하나로 통합하여 아동문학가의 힘을 결집하기를 제안한다. 특별한 지향점의 차이도 없이 분열되어 있는 아동문학 단체가 통합되어 거대 단체로 출범하면 아동문학을 소홀히 다루거나 홀대하는 이런 사태도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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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인』2016-겨울호 <이 계절의 쟁점/ 아동문학> 전문

  * 이준관/ 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동시집『씀바귀꽃』『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방정환문학상 · 소천아동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