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도백하에서/ 윤성학

검지 정숙자 2016. 11. 18. 20:45

 

<생태+신작시와 산문>

 

    이도백하에서

 

     윤성학

 

 

  미인송(美人松) 군락지를 지나

  자작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멀리서는 안 보이던 모습

  숲 속 중간중간 희끗희끗

  쓰러진 나무들

 

  아주 쓰러지지는 않고

  다른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저이들은 언제부터 저리 넘어져 있는 걸까

  애인이 머리를 기대도

  삼십 분이면 어깨가 아플진대

  쓰러진 이에게 제 몸을 빌려 준 이들이

  미동도 없이 생을 받치고 서 있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버티다 둘이 함께 넘어지면 누가 받쳐 주는가

 

  숲이란 저렇게

  늙은 부상병 한 사람 버리지 않고

  떠안은 채 숲이다

  사람의 숲에서는 어떠하냐고

  희끗하신 이가 내게 물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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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

 

    별의 기울기, 욕심의 기울기 

 

 

  일 관계로 작년부터 백두산 지역에 꽤 여러 차례 다녀왔습니다. 중국 지린성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라는 곳입니다. 그 지역 전설에 이르기를,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성수라는 아이가 물을 길러 가는 길에 동네 아이들이 날개를 다친 학을 괴롭히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을 타일러 학을 구해 주었답니다. 학은 옥황상제의 아들이었지요. 생명을 구해 준 은혜를 갚고 싶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성수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매일 아주 멀리까지 물을 길러 가야 했기 때문에 물을 달라고 말합니다. 옥황상제는 성수를 위해 마을에 두 줄기의 물을 내어 주는데 이를 일컬어 이도백하라 한다고.

  그 지역에 옥수동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신간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좁은 비포장길로 빠져 한동안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계곡이 펼쳐지는데 그곳이 옥수동입니다. 화산 암반이 가로수처럼 길게 도열한 사이로 개울이 흘러갑니다. 작년 여름 거기서 감자와 닭을 삶고 밤늦도록 백주(白酒)를 마셨습니다. 그 밤의 하늘을 나는 잊지 못합니다. 머리가 셀 것 같이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은하수, 그 사이로 빛나는 일곱 개의 별, 하늘 국자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국자는 태초부터 기울어져 있어 단 한 번도 물을 가득 채운 적이 없다는 것을. 가득 채우지 않고도 태초부터 오늘까지 쉬지 않고 땅의 족속에게 물을 따라 주고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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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크에코플러스MOOK eco PLUS+vol. 01 생태+문학

 * 진행|함께하는그룹파란 / 2016.11.7. <국립생태원 출판부> 발행

 * 윤성학/ 2002년 《문화일보》를 통해 시 등단, 시집『당랑권 전성시대』『쌍칼이라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