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무릎_學/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11. 7. 18:23

 

 

    무릎_學

 

    정숙자

 

 

  깨달으려고 나무 아래 앉았던 게

  아니라

  깨달았기에 거기 정박한 거다

 

  비운다는 추측은 좀 멀지

  마음을? 생각을?

  '멈춤' 정도면

  그런대로

  대치어가 되지 않을까

 

  끊임없는 생각과 생각, 뒤엉키는 마음과 마음, 쑥밭으로 놔둘 순 없어

'멈추자, 멈추자'고 한 무릎 괄호쳤던 그.

 

  그렇게 멈추기 위해 그의 후렴은 얼마나 먼 곳을 되짚고 횡단했을까.

얼마나 많은 등불을 꺼뜨렸을까. 그런데 왜 바위도 동굴도 아닌 나무를

선택했을까. 묵묵부답 푸른 기둥과 천진난만 작은 잎새들. 제행무상 그

늘의 강이 그에겐 환했던 걸까.

 

  그는, 잡념조차 함부로 치지 않았다. 한 생각에 딴 마음 꽂지 않으며 비

바람에도 놀라지 않으려 했지. 오랜 멈춤 안에서 저절로 익어 떨어진 생

생각생각들, 매번 대지에 묻어줬다네. 그 마른 껍질 속에는 애달

팠던 눈 들어있기에. 

 

  정작 어떤 게 죽음인지

  환상인지

  삶인지 한 조각도 풀지 못한 채

  덜 자란 내 속내는 오늘도 어둠을 짓고

  바람에게조차 물음을 뜬다

 

  나무 아래 괄호를 타고 가장 멀리 걸어 나간 그

 

  그는 그렇게 멈추기 위해 얼마동안이나 망설였을까?

 

    -----------------

  *『시현실』2016-가을호 <신작시단>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뿌리 깊은 달』외, 산문집 『밝은음자리표』『행복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