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빛나는 책/ 박현수

검지 정숙자 2016. 11. 7. 18:08

 

 

    빛나는 책

 

     박현수

 

 

  빛나는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무기질 질료로부터 태어나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책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

  옛 관리의 홀(笏)처럼 하나씩 들고 읽는다

  거룩한 이론에서부터

  가벼운 하소연까지

  노랫가락에서 움직이는 그림까지

  온갖 유희와 소문들이 화수분처럼 가득한 책

  사고전서의 서적을 다 넣어도

  오히려 자리가 남는 얇은 책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수불석권(手不釋券), 한 시도 놓지 않는다

 

  스스로 전혀 빛나지 않는,

  그래서 읽는 이의 내면에서

  빛을 낼 수밖에 없는,

  이 어두운 책을 들고 지하철 속에 나는 흔들린다

  창밖엔 모히칸족의 최후처럼 황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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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6-11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박현수/ 1992년 《한국일보》등단,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외, 평론집 『황금책갈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