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책
박현수
빛나는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무기질 질료로부터 태어나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책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
옛 관리의 홀(笏)처럼 하나씩 들고 읽는다
거룩한 이론에서부터
가벼운 하소연까지
노랫가락에서 움직이는 그림까지
온갖 유희와 소문들이 화수분처럼 가득한 책
사고전서의 서적을 다 넣어도
오히려 자리가 남는 얇은 책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 당신들은
어른에서부터 아이까지
수불석권(手不釋券), 한 시도 놓지 않는다
스스로 전혀 빛나지 않는,
그래서 읽는 이의 내면에서
빛을 낼 수밖에 없는,
이 어두운 책을 들고 지하철 속에 나는 흔들린다
창밖엔 모히칸족의 최후처럼 황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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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6-11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박현수/ 1992년 《한국일보》등단,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외, 평론집 『황금책갈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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