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의 여름
김송포
오른손의 여름은 부서졌다
당신을 평생 녹슬게 했다
당신이 나의 오른손이라는 것을 잊었다
손톱과 발톱, 숟가락부터 글씨, 운동, 샤워까지 대신해 준
지극,
허리를 굽혀 먼 곳의 꽃을 따서 바친 당신이지만
왼손은 거울 앞에서 화장하고 입술 그리고 아양을 떠는
정도,
반지의 알이 크든 작든 꽃받침으로 오른손을 받드는 일
이면 되었다
당신은 마술처럼 꽃 피게 하고 첼로를 켜듯 웅장함을 주
지만
내가 하는 일은 'G 선상의 아리아' 배경음악 정도로 여린
선이다
이젠 오른손을 놓아주려고 해
깁스의 단단함으로
지켜주던 오른손의 자리를 왼손에 넘겨주면 어떨까
쌀도 비비고 과일도 깎고 칫솔질도 하고 머리를 매만졌던
당신은 인제 그만 왼손을 위해 양보하면 어떨까
그런데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룻밤 사이에 여름을 내린
그의 답장은 먼 훗날… 이라고 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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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2016-10월호 <신작시>에서
* 김송포/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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