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신미균
왕복 8차선 길 옆 은행나무가
가게의 간판을 가린다고
전기톱으로 가지를 자른다
현수막을 건다고
나무에 구멍을 뚫더니
못을 박는다
차도를 넓히려고 땅을 파더니
삐져나온 뿌리를
반쯤 자르고
시멘트를 붓는다
차들이 밤마다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매연을 뿜어댄다
굳이 죄가 있다면
하필
그 길옆에서 태어난 것
그래도 살아있다고
가을이 되니
뼈만 남은 가지에
은행 몇 알 매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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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담 』2016-가을호 <신작시>에서
* 신미균/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맨홀과 토마토케첩』『웃기는 짬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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