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이태동_해외 수필 읽기/ 모닥불과 개미 : 솔제니친

검지 정숙자 2016. 10. 3. 02:17

 

 

<솔제니친의 서정적 산문 다섯 편>- 3 

 

 

    모닥불과 개미

 

    솔제니친(1918~2008, 90세)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썩은 통나무 한 개비를 집어던졌다. 그러나 나는 미처

그 통나무 속에 개미집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통나무가 우지직 타오르자 별안간 개미들이 떼를 지어 쏟아져 나오며 안간힘을 다

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들은 통나무 위로 달리더니 넘실거리는 불길에 휩싸여 경

련을 일으키며 타 죽어갔다.

  나는 황급히 통나무를 낚아채서 모닥불 밖으로 내어던졌다. 다행히 많은 개미들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어떤 놈은 모래 위로 달려가기도 하고, 어떤 놈은 솔가지 위

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개미들은 좀처럼 불길을 피해 달아나

려고 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무서운 공포를 이겨 낸 개미들은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통나무 둘레를 빙

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그 어떤 힘이 그들을 내버린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

일까?

  많은 개미들이 활활 타오르는 통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고는 통나무를 붙잡

고 바둥거리면서 그대로 거기서 죽어가는 것이었다.

 

   (로그 후기: 매일 한 편씩 5일 동안, 그후 '해설' 수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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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바다』 2016-가을<이태동/ 해외 수필 읽기>에서

 * 이태동/ 문학평론가, 평론집 『나목의 꿈』『한국 현대시의 실체』등, 수필집『살아 있는 날의 축복』『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