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김년균
느닷없이 찾아온 병에 드러눕다가
스스로 알아서 건강을 다스려 본다고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 찾아 내려왔는데
집 앞 외진 길목까지 CCTV를 설치하고
온종일 감시하고 있는 걸 보면
사람 못 믿기는 어디나 마찬가진가 보다
엊그제는 큰아들 집에서 빨랫감으로
철 지난 이불 보따리를 싣고 와서
깜빡 잊고 차 속에 놓고 내렸다가
캄캄한 밤중에야 그 생각이 떠올라
황급히 되돌아가서 꺼내온 적 있는데
그때의 내 모습도 그 괴물에 찍혔을까?
아무 죄도 없이 범죄자로 의심받을까 싶어
마음이 졸이고 심장이 굳어지기도 한다
문명이 너무 발달한 탓이리라.
사람 또한 말짱 헛길만 걷고 있으니
누굴 믿고 누울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괴물이 시시덕거리며 밤낮없이 돌고 돌며
나와 이웃을 감시해도 탓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젠 맘 놓고 살 곳이 어디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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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문학』2016-가을호 <시>에서
* 김년균/ 1972년 이동주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장마』『사랑을 말하다』등 다수. 한국현대시인상, 들소리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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