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연한(耐久年限)
이승부
1.
자이언트패트롤의 질풍 추격에 쫓기던
아기 펭귄, 촬영팀 카메라 삼각대에 날개를 걸고 필사적으로 은폐
엄폐를 시도한다. 얼마나 무서울까.
카메라 다리를 붙잡고 도와달라 버텼지만 패트롤의 무참한 발톱에
낚아채일 때까지 사람들은 구경꾼이다.
2.
왜 뙤약볕에 나와
개미들의 밥이 될까? 처음엔 의아했다.
지렁이는
그리운 흙냄새를 털어내고
정든 식구들과 이별 마중을 받으며
땅속에서 땅 위로 건너간다.
체질상 기피하던 햇볕을 마다않고
양지를 찾아가 땅고르기를 한다.
정갈한 제물 올리듯 제 몸을 추슬러 그곳에 누인다
몇 번의 용트림으로
마지막 깊은 잠에 든다.
기꺼이 제 몸을 제사상에 올린 것이다.
개미들의 긴 행렬이 장관이다.
대단한 장례식이다.
비석 계획을 하고
안장지를 물색하던 나는
지렁이만도 못한 지렁이만도 못한, 나도 모르게
그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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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사』2016. 7-8월호 <신작특집>에서
* 이승부/ 2003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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