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진화하다/ 정영선(신인)

검지 정숙자 2016. 9. 28. 20:49

 

 

계간『불교문예』2016년 하반기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중 1편)  

 

 

    진화하다

 

    정영선

 

 

  나이 마흔 넘어서야 장가간 닭집 사내는 늘 싱글벙글이다 닭을 손

질하는 그의 옆에는 베트남에서 온 망초꽃 같은 어린 새댁이 껌딱지

처럼 붙어 있다

 

  재래시장에 생닭집이 그 집 한집만 있는 건 아닌데 나는 무슨 연유

인지 꼭 그 집에만 간다 특별히 더 물건이 싸거나 주인이 친절하지도

않다 그저 마음이 앞서가니 발길도 따라간다

 

  처음 새댁은 손님을 보고 멀뚱거리며 샐죽하더니 점점 눈치로 때

려잡더니 언제부턴가 어눌했던 말투가 제법 또렷해지더니 이제는 천

원만 깎아달라는 손님에게 깜짝 놀라는 시늉까지 하며 남는 게 없다

고 손사래 친다

 

  어제는 간만에 그 집에 갔다 새댁 배가 남산만하다 내가 주문한 닭

을 상처투성이 통나무 도마 위에 눕히고는 거침없이 칼을 내리치는

솜씨가 닭집 각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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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2016-가을호 <2016년 하반기 계간 『불교문예』신인상 시 부문> 당선 작 중에서

 * 정영선/ 전북 장수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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