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노트
길상호
반쪽 몸의 사내는
침대에 누워 주문을 한다
딱딱해진 말의 언어 말고
신경이 살아 있는 문자 언어로
머리맡 노트에 적는다
-올해 봄은 냄새가 어떤가?
여보, 목련 좀 꺾어다 줘
주문서를 받아든 아내가 급히
목련 사발을 들고 온다
봄맛에 빠져 있는
반신불수 사내를 엎어놓고
물수건으로 등을 닦는다
가운데 박혀 있는 등뼈가
오래 쓴 스프링처럼 구부러졌다
사용한 페이지에 비해
남은 페이지가 너무 얇은 노트
-올해는 냄새가 더 줄었네
그세 거뭇해진 목련 꽃잎처럼
그의 스프링 노트 한 장
또 과거 쪽으로 넘어간다
* 시집『눈의 심장을 받았네』에서/ 2010 9.27 (주)실천문학 펴냄
* 길상호/ 충남 논산 출생, 2001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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