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를 다녀와서
한영희
흔히들 우리에게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한다.
멀다는 것은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우리의 의식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뜻이고, 가깝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다는 뜻이다. 의식구조가 다른 것은 서로가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생각한 후에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행동은 개인적으로는 본받을 점이 많다. 한 번은 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리고 깜짝 놀라 그곳에 다시 가보니 누군가가 그 지갑을 사무실에 맡겨두어 잘 찾은 일이 있었다. 길을 물으면 아주 친절하게 잘 안내해 주고, 음식도 깔끔하게 차려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무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온다. 개인은 이런데 국가가 하는 일은 석연치 않다. 엄연히 우리 땅인 독도를 자기들 영토라고 부르짖고 있으니, 어찌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 또한 일본인이기도 하다.
지난주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라는 곳에 다녀왔다. 가고시마는 활화산 사쿠리지마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지대에 위치한 곳인데 이곳 사람들은 사쿠리지마의 규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 사쿠리지마는 일상적으로 분화가 일어나곤 있지만 그곳 사람들은 분화가 일어나도 크게 당황하며 도망가지 않고 질서를 잘 지키고, 분화에서 나오는 화산재를 맞아도 놀라지 않고 잠시 화산재를 소나기를 피하듯 피할 뿐이며, 운전 중에 재가 많이 내리면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멈춰서 화산재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고 또 대 분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하지도 않고,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기상청에 문의해 보고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를 잘 제공받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가고시마 주민들은 분화를 자연의 기후처럼 받아들여 화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재난에 대비하며 침착하게 대처하는 그들의 생활 자세를 보고 우리와 많이 다름을 느꼈다.
이런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며 계속적으로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어떤가,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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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2016-여름호 <가온의 수필>에서
* 한영희/ 한국『크리스천문학』으로 등단, 안양대 영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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