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눈
정숙자
들이치는 저기압 받아내려면
많은 칼 있어야겠지
그 푸름- 그 구름-
지켜내려면 많은 칼 날려야겠지
그의 동쪽은 그 칼끝에서 나온 거겠지
그의 침묵은 그 칼집에서 익은 거겠지
지층 어딘가 삼각지대 돌고 있지만
그 회전-칼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그가 아니었겠지
칼일지라도 그의 칼들은
안으로,
제 안으로만 떨어뜨리는,
이빨 우그려
누그러뜨리는 흰 칼
파란만장 그 칼들이 문어, 복어, 민어… 지느러미로 깨
어났겠지
얼마나 멀리 생각했는지- 얼마나 멀리 바라보는지-
죽어서까지 뜬눈인 채로
눈물의 기원은 언제였을까? 낙뢰와 함께였을까? 칼보
다 먼저였을까?
그 하늘- 그 수평-
지켜내려면
여전히 많은 칼 빌려야겠지
바다는 (그렇게) 태양의… 숙소가 되고…
떠돌이 펭귄의… 앨버트로스의 고향이 되고…
-『시인동네』2016-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숙자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유령시티」/ 작품론 : 정다인 (0) | 2016.04.06 |
---|---|
살아남은 니체들/ 정숙자 (0) | 2016.03.27 |
육식성, 시/ 정숙자 (0) | 2016.02.17 |
과잉곡선/ 정숙자 (0) | 2016.02.17 |
유령시티/ 정숙자 (0) | 2015.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