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칼의 눈/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3. 27. 03:13

 

 

    칼의 눈

 

    정숙자

 

 

  들이치는 저기압 받아내려면

  많은 칼 있어야겠지

  그 푸름- 그 구름-

  지켜내려면 많은 칼 날려야겠지

 

  그의 동쪽은 그 칼끝에서 나온 거겠지

  그의 침묵은 그 칼집에서 익은 거겠지

 

  지층 어딘가 삼각지대 돌고 있지만

  그 회전-칼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그가 아니었겠지

 

  칼일지라도 그의 칼들은

  안으로,

  제 안으로만 떨어뜨리는,

  이빨 우그려

  누그러뜨리는 흰 칼

 

  파란만장 그 칼들이 문어, 복어, 민어 지느러미로 깨

났겠지

  얼마나 멀리 생각했는지- 얼마나 멀리 바라보는지-

  죽어서까지 뜬눈인 채로

 

  눈물의 기원은 언제였을까? 낙뢰와 함께였을까? 칼보

먼저였을까?

 

  그 하늘- 그 수평-

  지켜내려면

  여전히 많은 칼 빌려야겠지

  바다는 (그렇게) 태양의… 숙소가 되고

  떠돌이 펭귄의앨버트로스의 고향이 되고 

   -『시인동네』2016-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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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