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과잉곡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2. 17. 12:24

 

 

    과잉곡선

 

     정숙자

 

 

  실족 없다

  온몸 뒤져도 굴절도 없다

  두고 온 수족으로 거뜬히 비탈을 넘고 바람을 추월한다

  절벽, 틈서리, 풀숲어디라도 스민다

 

  돌출 없다

  비늘 한 잎 덧대지 않았다

  신은 저이를 만드는 데 유독 공들였을까?

  맨 마지막에 구상했을까?

  그런 만큼 '완벽'을 추구했을까?

 

  엑스레이 찍는다면 이를 데 없이 촘촘한,

  무수한,

  질서정연한,

  뼈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미세한,

  가시들을 보여주겠지

  바로 거기서 과잉곡선의 슬픔이 밝혀지겠지

 

  (이브는 굳이 매혹되었을 것이다. 아담 역시 매개자가

없었다 해도, 저이가 직접 꼬였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그

흠잡을 데 없는 미끈함에 녹아들었을 것이다.)

 

  신이 틔운 피가 어쩌다 독이 됐을까?

  저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이곳은 낙원이었을까?

  매듭 없는 물결들이, 뒤엉킨 머리들이

 

  허공마저 물어뜯고 옥죄어간다

    -『시와표현』2016-2월호

 

   * 과잉곡선: 저자의 신조어. 뱀의 보행을 형상화한 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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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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