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자의 기도
문현미
깊고 푸른 바다에세
아름답게 피어날 꿈 하나 붙들고
부지런히 노를 저었습니다
더 넓은 세계를 향하여
더 높은 세계를 향하여
영원히 꺼지지 않을
기도의 불꽃을 밝히며
묵묵히 노를 저었습니다
거친 비바람 몰아치는 한가운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때에도
은비늘 반짝이는 고요의 물결 따라
평안을 노래했을 때에도
언제나 말없이 사랑의 손길로
함께 울고 웃으신 오직 한 분
빛으로 오신 당신으로 인하여
내 삶은 파릇한 봄날의 정원이었고
붉은 열매 넉넉한 가을 숲이었습니다
이제 먼 길 돌아 서서
새 마음, 새 뜻으로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합니다
들녘의 풀꽃 같은 마음으로
힘들고 지친 이웃을 보듬게 하시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홍으로 물드는 노을빛 세례처럼
겸손한 순례자의 길을 가게 하소서
*『들소리문학』2015-여름호, 86-87쪽
* 문현미/ 1998년『시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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