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우여, 사랑해!/ 김종해

검지 정숙자 2015. 7. 7. 22:09

 

 <추모시>

 

 

      아우여, 사랑해!

 

       김종해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마포 신수동 현관을 나선다

  절두산까지 걸어가는 동안

  강변북로 옆에서 한강이 말없이 따라붙는다

  절두산 부활의 집 아우가

  나를 불러내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순례자처럼 가볍게 걸어간다

  당인리 발전소 지나

  강변에 지천으로 핀 오월의 풀꽃들

  눈부신 색깔이며 향기마다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페달을 밟고 질주하는 젊은이가 부럽지 않다고

  흐르는 강물은 내 옆에서 소리를 죽인다

  절두산 부활의 집

  그곳에 영생의 터를 얻은 아우여

  절두산 순교성지 누대의

  거룩한 사랑과 영광을 그곳에 봉헌하며

  내가 이곳에 온 이유

  나는 잠시 아우와 교감한다

  문득 가슴을 저미는 한마디의 말

  아우여, 사랑해!

 

 

   *『문학수첩』2015-여름호/ 추모특집, 내가 만난 내가 읽은 김종철>에서

   * 김종해/ 1963년《경향신문》으로 등단. 故 김종철 시인과 함께 낸 형제시집 『어머니, 우리 어머니』외에,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등이 있음.

   〈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한국시협상〉〈PEN문학상〉등 수상. 현재 문학세계사 대표.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박카스 병에 대한 명상/ 고영민  (0) 2015.07.07
뒤란의 시간/ 박형준  (0) 2015.07.07
주사위 던지기/ 신해욱  (0) 2015.07.02
불 먹은 용/ 전순영  (0) 2015.07.02
사막으로 가는 문/ 김밝은  (0) 201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