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아우여, 사랑해!
김종해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마포 신수동 현관을 나선다
절두산까지 걸어가는 동안
강변북로 옆에서 한강이 말없이 따라붙는다
절두산 부활의 집 아우가
나를 불러내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순례자처럼 가볍게 걸어간다
당인리 발전소 지나
강변에 지천으로 핀 오월의 풀꽃들
눈부신 색깔이며 향기마다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페달을 밟고 질주하는 젊은이가 부럽지 않다고
흐르는 강물은 내 옆에서 소리를 죽인다
절두산 부활의 집
그곳에 영생의 터를 얻은 아우여
절두산 순교성지 누대의
거룩한 사랑과 영광을 그곳에 봉헌하며
내가 이곳에 온 이유
나는 잠시 아우와 교감한다
문득 가슴을 저미는 한마디의 말
아우여, 사랑해!
*『문학수첩』2015-여름호/ 추모특집, 내가 만난 내가 읽은 김종철>에서
* 김종해/ 1963년《경향신문》으로 등단. 故 김종철 시인과 함께 낸 형제시집 『어머니, 우리 어머니』외에,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등이 있음.
〈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한국시협상〉〈PEN문학상〉등 수상. 현재 문학세계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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