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주사위 던지기/ 신해욱

검지 정숙자 2015. 7. 2. 17:29

 

   

     주사위 던지기

 

      신해욱

 

 

  주사위의 내부에는

  반듯한 모서리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아. 이런 방에서 하녀로 일하며

  정성스레 걸레질을 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어.

 

  동생의 그릇은 너무 아름다워서

  물밖에 담을 수가 없고

 

  나의 사념은 산성액에 녹아

  기포가 되어 올라오고

 

  모서리는

 

  모서리는

 

  함부로 망가지는 법이 없지.

 

  방수가 되기도 하지.

 

  세상의 주사위들이 한꺼번에 던져지면

 

  진짜 복소수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이야기를 잃은 사물들아, 그러니 근심을 접고

  이리 와 봐.

 

  여기가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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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학』2015-7월호 <이달의 시인, 자선 대표시>에서

  * 신해욱/ 1998년《세계일보》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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