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가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이고 있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드는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으며
날개에 베여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읽은 효과.
나는 마른 풀잎 사이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 『문학선』2015-여름호 <신작시>
* 이선균/ 2010년『시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