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접도(蝶道)/ 이선균

검지 정숙자 2015. 6. 25. 22:41

 

 

     접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가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이고 있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드는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으며

  날개에 베여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읽은 효과.

  나는 마른 풀잎 사이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 『문학선』2015-여름호 <신작시>

          *   이선균/ 2010년『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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