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섬의 아침
이정오
난간 위 커피가 뜨거워요
손에 쥘 수가 없어요
원래 뜨거운 것들은 불온한 법이죠
한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도 뜨거운 물방울일 뿐
세상을 온전히 뒤집지는 못해요
혁명에 중독된 아나키스트들은 자기 자신조차 태워버리죠
그래서 불새의 천형이죠
앗, 손을 데었군요 당신
벽난로 위의 붉은 음표가 녹아내려요
손잡이에 물병자리를 새겨 넣을게요
떠나기 전에 어서 연옥에 손을 담그세요
거추장스런 악상기호는 잘라버리세요
오선지에 매달린 감정 음표들
거울 속에서 감출 건가요
셈여림에 따라 거울의 각도가 변해가네요
거울은 방향을 지시하지 못하니까요
* 『시와정신』2015-여름호 <새로운 시인을 찾아서>에서
* 이정오/ 2010년『문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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