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아침
윤관영
장사가 덜 된 것보다, 남은 밥이 더 화난다
날아가지 않는 밥
첨부가 되지 않는 밥
밥은 맨손으로는 들지 못하는 뜨건 아날로그,
던진다고 저 검게 마른 아이들에게 가서 놓이는 게 아니다
한 달에 삼만 원이면 되는 유니셰프
밥은, 아날로그
어머니가 싸고 싸 차에 실어주듯
비닐에 싸 버린다 멀쩡한 밥을
김은 첨부되지 않는다
영양가는 첨부되지 않는다
이 마음, 안달재신도 첨부되지 않는다
찰흑미를 섞은 이 김 나는 밥을 TV 속 아이에게
멕일 수가 없다
전화 한 통이면 내 목소리는 디지털로 바뀐다는데
삼만 원이라는데,
몇 아이를 먹일 수 있다는데
난, 그저, 꼽짝꼽짝, 어미처럼 싸서
버리는
매일 버리는,
* 『시에』2015-봄호 <시에 시>에서
* 윤관영/ 충북 보은 출생, 1996년『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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