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식은 아침/ 윤관영

검지 정숙자 2015. 6. 6. 16:36

 

 

    식은 아침

 

     윤관영

 

 

  장사가 덜 된 것보다, 남은 밥이 더 화난다

 

  날아가지 않는 밥

  첨부가 되지 않는 밥

  밥은 맨손으로는 들지 못하는 뜨건 아날로그,

  던진다고 저 검게 마른 아이들에게 가서 놓이는 게 아니다

  한 달에 삼만 원이면 되는 유니셰프

  밥은, 아날로그

  어머니가 싸고 싸 차에 실어주듯

  비닐에 싸 버린다 멀쩡한 밥을

  김은 첨부되지 않는다

  영양가는 첨부되지 않는다

  이 마음, 안달재신도 첨부되지 않는다

  찰흑미를 섞은 이 김 나는 밥을 TV 속 아이에게

  멕일 수가 없다

  전화 한 통이면 내 목소리는 디지털로 바뀐다는데

  삼만 원이라는데,

  몇 아이를 먹일 수 있다는데

 

  난, 그저, 꼽짝꼽짝, 어미처럼 싸서

  버리는

 

  매일 버리는,

 

 

  * 『시에』2015-봄호 <시에 시>에서

  *  윤관영/ 충북 보은 출생, 1996년『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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