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
원성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슬픈 동화를 들려주는 역할이 있다
나는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
하류의 물소리가 작아진다 느려진다
가면이 깊어지는 중이다
더 이상 뚜껑이 둥근 거울들 속에 손을 넣고 휘젓지 않기로
그런데, 피부 밑에서 일어나는 캄캄한 일들에 관심이나 있
었어?
날씨 이야기를 하는데 구름이 새를 낳는다 낳은 새를 바
닥에 후드득, 떨어뜨린다
절벽에서 탭댄스를 추던 사람이 깨끗한 해변을 밟는다
완전한 맨발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
파도소리가 커진다 빨라진다
나는 입이 있는 인형들을 하얀 실로 꿰매기로, 하나도 빠
짐 없이
유리창이 깨지면 새들이 날아가겠지
고아의 이름을 고르는 직업이 있다 나는 직업을 가진 사
람이 된다
따뜻한 손을 찾으려고 아무 벽이나 더듬는다
* 『현대시학』2015-6월호 <신작시>에서
* 원성은/ 2015년『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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