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횡단/ 원성은

검지 정숙자 2015. 6. 6. 15:19

 

 

     횡단

 

     원성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슬픈 동화를 들려주는 역할이 있다

나는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

  하류의 물소리가 작아진다 느려진다

  가면이 깊어지는 중이다

  더 이상 뚜껑이 둥근 거울들 속에 손을 넣고 휘젓지 않기로

 

  그런데, 피부 밑에서 일어나는 캄캄한 일들에 관심이나 있

었어?

  날씨 이야기를 하는데 구름이 새를 낳는다 낳은 새를 바

닥에 후드득, 떨어뜨린다

 

  절벽에서 탭댄스를 추던 사람이 깨끗한 해변을 밟는다

  완전한 맨발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

  파도소리가 커진다 빨라진다

  나는 입이 있는 인형들을 하얀 실로 꿰매기로, 하나도 빠

짐 없이

 

  유리창이 깨지면 새들이 날아가겠지

  고아의 이름을 고르는 직업이 있다 나는 직업을 가진 사

람이 된다

  따뜻한 손을 찾으려고 아무 벽이나 더듬는다

 

 

  * 『현대시학』2015-6월호 <신작시>에서

  *  원성은/ 2015년『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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