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대견한 것
김금용
나는 돈부자보다
자식 부자란 말이 좋단 말입네다
시집간 딸애가 저 닮은 아이들 데려오고
장가간 아들이 베트남 며느리에 손주놈 끼고 오면
냇가에서 버들치에 미꾸라지도 잡고
손주들 봐준다는 핑계로 개헤엄도 쳐보고
된장 항아리에 걸린 붕어 잔댕이로 어죽탕 끓여
마당에 둥근 상 펴고 둘러앉아
꽃 수다 피며 밥 먹는 내 핏줄들 바라보면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없단 말입네다
겨우 일 년에 한두 번 올까말까 하지만,
버스 타고 기차 갈아타고
오기 번거롭다고 투덜거리는 자식들 미안해서
기다리는 것도 욕심인가
어미 노릇 그만할까 싶지만,
어미 쫓는 병아리나 다섯 새끼를 낳은 삽살개도
한 우리 안에서 티격태격 밥 먹을 때
대견하지 않습네까
삶이 뭐 있습네까
* 『시에』2015-봄호 <시에 시>에서
* 김금용/ 서울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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