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국가
박무웅
구름 위에 떠서
인도네시아 공장을 간다
이 거대한 기체는 공중국가다
한 달이면 몇 번씩 공중시민이 되어
시를 읽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잠을 자는 왕복의 시간에 국경이 없다.
여권과 티켓만 있으면
이 친절한 공중국가의 좌석에 앉아
기내식을 받아먹고 와인을 주문하고
몇 가지 공중헌법을 안내받는다.
모든 것이 발밑에 존재하는
구름의 나라
기류를 타면서 흔들리는 나라
오로지 왕복만 하는 나라
그러나 이곳에도 좌석등급제가 있고
지루한 두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고
발작이 일어나는 飛行이지만
때로는 정유지가 있고
비상착륙이 있는 非行의 경로는
자동항법장치라는 유사시의 대처가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일몰과 일출을 지나가는
구름 속을 옮겨 다니는
몽유도원도 같은 나라
땅 한 평 없이도 존재하는 나라
긴 활주로를 위해
비상하고 착륙하는 나라
* 『시와표현』2015-여름호 <신작시 광장>에서
* 박무웅/ 1995년『십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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