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시월 숲길/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2. 9. 01:33

 

                     

    시월 숲길

                     

    정숙자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석양은, 새로 칠한 단청빛이다


  
감자 싹같이 포근한 편지

  북으로, 남으로도

  날려보내자


  
금홍이의 동전

  여막밭 새소리도

  이 무렵 바람에선 음이 깊었다


  
싸리꽃 냄새, 탱자나무 길

  돌계단 몇 개 날아내리면

  고구마순 한 무데기 먹던 우리집

  뿔이라곤 모르고 늙었던 황소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추억은, 제자리서 꼭꼭 여문 풀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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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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