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숲길
정숙자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석양은, 새로 칠한 단청빛이다
감자 싹같이 포근한 편지
북으로, 남으로도
날려보내자
금홍이의 동전
여막밭 새소리도
이 무렵 바람에선 음이 깊었다
싸리꽃 냄새, 탱자나무 길
돌계단 몇 개 날아내리면
고구마순 한 무데기 먹던 우리집
뿔이라곤 모르고 늙었던 황소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추억은, 제자리서 꼭꼭 여문 풀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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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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