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풀기
강서완
열쇠가 열리지 않아, 라는 말을
열 시가 열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열 시 십 분의 자세로
일어서고 눕는 계단
바다는 열려 있고
아이들은 닫혀 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도서관에서 고시원으로
나비가 날지 않는 놀이터
아이들의 홍채 속에서 풀들이 자란다
베어내도 풀들은 자라고
봄을 잡으러
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청년의 피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늘과 꽃과 새를 책갈피에 끼운 채
새벽 전철을 타고 직장으로
어둠을 안고 집으로
열 시 너머 어둠에 기댄
열려라 계단,
너울성 파도가 밀려온다
수평선을 박차고 열 시를 허문다
열한 시 십오 분의 각도로
갈채가 쏟아지는 계단
벽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사분사분 계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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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2015-여름호 <애지의 초대석/ 집중조명>에서
* 강서완/ 경기 안성 출생, 2008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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