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계단풀기/ 강서완

검지 정숙자 2015. 5. 30. 17:19

 

 

    계단풀기

 

     강서완

 

 

  열쇠가 열리지 않아, 라는 말을

  열 시가 열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열 시 십 분의 자세로

  일어서고 눕는 계단

  바다는 열려 있고

  아이들은 닫혀 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도서관에서 고시원으로

 

  나비가 날지 않는 놀이터

 

  아이들의 홍채 속에서 풀들이 자란다

  베어내도 풀들은 자라고

  봄을 잡으러

  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청년의 피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늘과 꽃과 새를 책갈피에 끼운 채

  새벽 전철을 타고 직장으로

  어둠을 안고 집으로

 

  열 시 너머 어둠에 기댄

  열려라 계단,

 

  너울성 파도가 밀려온다

  수평선을 박차고 열 시를 허문다

 

  열한 시 십오 분의 각도로

  갈채가 쏟아지는 계단

  벽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사분사분 계단을 연다

 

   ----------

  *『애지』2015-여름호 <애지의 초대석/ 집중조명>에서

  * 강서완/ 경기 안성 출생, 2008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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