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이로니컬한/ 김점미

검지 정숙자 2015. 5. 30. 13:33

 

 

     아이로니컬한

 

      김점미

 

 

  알고 지낸 소설가의 수상 소식 기사가 오늘 신문이다 

  新. 聞. 그러나 나 혹은 당신의 일상에 그런 새로운 소식을 들어야

하는 귀는 낡은 컨테이너 박스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되었으니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새. 롭. 다. 란 연결고리는 없어, 하며 하와이로 떠난

애인의 나이도 벌써 중년을 넘었다

  인생에 주어지는 상의 개수는 비단옷의 개수만큼이나 장식적이란

걸 알려준 것도 신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커스는 해석이라고, 무엇도 미리보기 안 되는 현

실의 충실성에 너접한 평을 붙여대는 이미 충분히 너접한 평전을 광

고한 페이지를 찢는다

  오늘의 한 귀퉁이가 날아갔다

  버린다는 것은 얼굴에 쌓인 때를 미는 거랑 같아, 라고 생각하는

순간 얼굴에 얼룩이 생긴다

  얼룩 속에 오버랩 되는 하와이, 때를 제거한 애인 소식 같이 무심

한 이야기들이 오늘날 소설이다

  小. 說. 그러나 난 혹은 당신의 자잘한 이야기는 한때 인생의 대륙

이었다가 섬이었다가 귀퉁이가 날아간 오늘이었다가 너접한 평전이

었다가 손바닥 아픈 박수이기도 하였다가 8×10㎝의 박스 속에 살

다 사라지는 아이로니컬한 인생이기도 하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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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2015-여름호 <新作 초대시>에서

 * 김점미/ 부산 출생, 2002년『문학과 의식』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