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물결 표시/ 한정원

검지 정숙자 2015. 5. 4. 02:11

 

 

     물결 표시

 

      한정원

 

 

  짧은 물결 표시 ~ 안에서

  그가 긴 잠을 자고 있다

  휘자(諱字) 옆에 새겨진 단단한 숫자

  '1933년 3월 18일~2010년 4월 22일'

  웃고 명령하고 밥을 먹던 거대한 육체가

  물결 표시 위에서 잠깐 출렁거린다

  햇빛이고 그늘이고 모래 산이던,

  흥남부두에서 눈발이었던,

  국제시장에서 바다였던

  그가 잠시 이곳을 다녀갔다고

  뚜렷한 행간을 맞춰놓았다

  언제부터 ~ 언제까지 푸르름이었다고

  응축된 시간의 갈매기 날개가 꿈틀

  비석 위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효모처럼 발효되는 물결 표시 안의 소년

 

 

  * 시집『마마 아프리카』에서/ 2015.4.15. <현대시학사> 펴냄

  * 한정원/ 서울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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