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조법수
십오 년 전, 나는 중국 하얼빈에서 수레 끄는 당
나귀를 처음 보았다 안내양의 손에 차비를 얹고 매
연 엉겨 붙은 시커먼 버스에 올라 흙먼지 뿌연 차창
밖으로 땀 흘리는 마차를 처음 보았다 옛날 그 옛날
부터 이어온 줄에 매인 수레바퀴를 보고부터 영 웃
지 못했다 수레에는 나무껍질이 넘쳐흐를 듯 실렸
다 필시 피가 다른 누구네 아궁이를 달굴 땔거리임을
내가 묵는 숙소가 그러했기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당나귀나 마부나 화주(貨主)에게나 이익이 오가는 공
식 따위를 떠나 그저 저 고된 수레를 뒤에서 좀 밀어
줬으면 그걸 저 마부가 허락해 줬으면 당나귀가 조금
수월했으면 하는 울 터진 보살 같은 생각에 젖다
가 이 지긋지긋한 고삐를 풀고 초원을 누비는 빛의
무한한 질주를 느끼고 싶어서 다음번엔 꼭 제주도의
뛰어노는 조랑말 구경을 가리라고 머무는 내내 그
말괄량이 생각을 놓지 않았다
* 시집 『사랑이 뭐죠』에서/ 2015.4.25. <시산맥사> 펴냄
* 조법수/ 부산 연대사에서 수행 중, 시산맥 특별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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