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이시경
삶은 울음이었다
가는 곳마다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어떤 것은 깊고 길어서 멍울이 되기도 했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종부로 시집온
그녀의 손마디는 늘 부어 있었다
딸 셋 낳고 시집살이에 멍울이 자라 기관지 천식이 되었다
황소 같은 삼 형제를 낳아 키우느라 심장이 부었다
멍에 메고 소처럼 논밭일 하던 그때는
뼈마디들의 외침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앓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갈 때마다 뼈마디가 덜거덕거렸다
관절, 대퇴골, 엉치뼈들이 수명을 다한 소처럼
무게를 견디다 못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지난 봄도 늙은 등걸 외가지에 한 송이 복사꽃으로 왔다
얼마나 왔는지 이제 점점 숨이 가파르게 오르다가 무너진다
눈은 소금으로 덮여 소금꽃밭이 되고 있었다
석양은 헐떡거리는 그녀를 재촉했다
그녀는 서둘러서 빼곡히 기록된 두루마리 여러 장을 넘겼다
그리고 제단 위에 비어 있는 두루마리를 펴 놓고
붉은 울음 덩어리로 산제사를 드렸다
대지가 붉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 시집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 2012.12.24 <도서출판 지혜> 펴냄
* 이시경/ 충남 부여 출생, 2011년 계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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