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유리를 본다
김종태
겨울가뭄 견디는 모래톱 한 귀퉁이처럼 거칠어진 발등
을 닦는다
형광등 희미한 욕실에서 무지개를 만들며 튕기는 물방
울이 차갑다
해거름 우박 알갱이들이 마른 잎에 부딪는 낮은음을
듣는다
바람 소리에 두근거리고 보일러 소리에도 놀라는 심장
을 느낀다
햇살 고운 봄 아침, 슬며시 세상을 등진 아버지의 영정
을 떠올린다
채울수록 끊임없이 더운 물이 새어나가는 금간 욕조를
어루만진다
온 곳 모르고 갈 곳도 모른 채 이어져가는 나의 전생이
저만치 있다
금세 부풀어 올라 잠시 뒤 사라지는 목욕 수건의 거품
을 헤아린다
화려한 커튼과 불길한 은막, 사이를 오가는 내 후생이
쉴 새 없이 명멸한다
* 시집 『오각의 방』에서/ 2013.12.19 <작가세계> 펴냄
* 김종태/ 경북 김천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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