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탄생
고은산
수척한 빛을 털어내기 위해, 틈 없는 밤의 격자 공
간 속을 멍하니 바라본다. 머리를 움켜쥐고 공간을
바라보니 실금이 가기 시작한다. 실금 사이로 청어
빛 언어가 들락거린다. 언어의 들머리는 빛이 없었
으나, 틈을 통과하는 순간 바뀌는 놀라운 변화, 지나
가는 출출한 시간이 이마를 맞대고 변화의 손을 부
드럽게 잡는다. 마른 손이 반들반들해지고 온통 청
어빛으로 물든다. 손은 바다이다. 사이가 더 벌어지
는 순간, 시의 미끌미끌한 뼈의 마디마디를 갈고 닦
는 바다에 푸른빛이 넘실거린다. 파도 안에 수많은
빛이 출렁인다.
* 시집『비팀목의 칸탄도』에서/ 2013.10.15 <도서출판 고요아침> 펴냄
* 고은산/ 전북 고창 출생, 2010 계간『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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