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영원하다
-김영민 철학자
안정옥
누군가 나를 오해해서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나는 좀처럼 그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 숱한 이를 겪으면서 얻은 내 나름의 미립인데 돌이켜보면 그 오해를 모르는 체 방치해서 역시 숱한 이들과 변변한 애도조차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내가 오해를 대접하는 방식이며, 마찬가지로 세속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마치 상처가 영원하듯이 오해도 영원한 것이다 오해한 죄, 그것은 초초의 죄이며 가장 중요한 죄다 오해의 빛은 이해로써 상환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결별로써만 그 비용을 지불하는데, 오해는 완벽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오해여 영원하라-내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김영민의 오해는 영원하다 전문)
염천(炎天), 몇 권의 책으로 더위잡고 있었다 한편 한편의 산문시들이 내 입이다 오래 전 오해에 대한 시(詩)를 쓰려 했는데 내 것을, 시인도 아닌, 이처럼 한방에 날려보내는 이도 있다 염천에 자동차와 길 따위가 한 뼘씩 늘어나는데 몇 구절 고쳐 내 이름 붙여 발표하면 내 몸은, 편하길 잘한다 똑같은 사람들이 쓰는 구절은 왜 늘 같은가 입력만 하면 활짝 핀 시(詩)가 팝콘처럼 쏟아지는 기계는 언제쯤 나올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나의, 당신들의 오해와 마주친다
------------------
* 시집『내 이름을 그대가 읽을 날』에서/ 2013.10.10 <작가세계>펴냄
* 안정옥/ 서울 출생, 1990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웃는 산』등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인sign/ 이화은 (0) | 2013.11.01 |
|---|---|
| 빛의 탄생/ 고은산 (0) | 2013.10.26 |
| 詩魔_십우도(여덟)/ 김영산 (0) | 2013.10.10 |
| 소설 (0) | 2013.10.08 |
| 콘솔/ 천선자 (0) | 2013.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