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꽃에 대한 각주
정숙자
달포 전 무명의 자연현상에 이름을 부여했다. 이런 일은
계획이나 포부와 무관하다. 언어 또한 생명체로서 환경에 따
라 생겨나기 때문이다. 자연은 결코 게으르거나 서두르지 않
는다. 개벽 이래 묵묵히 기다려온 빗발꽃. (비+빗방울)×
비=물 등등 하 많은 무의식과 잠재의식, 그리고 현의식의
접점에서 명사들은 문득 부화하지 않았던가. 연재 글을 쓰던
(「내가 염색하지 않는 이유」,『법률저널』554호, 2009.10.30.) 중
우연히, 그러나 심사숙고 저울질했다. ‘빗방울꽃’이 더 낫지
않을까’, ‘아니, 빗줄기가 땅에 내려서는 순간의 개화인 걸.
발(足)의 이미지를 수렴할 필요가 있어’ 이러구러 언어와 사
물의 한 코가 푸드득 이어졌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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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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