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황금분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6. 02:11

 

      황금분할

       -無爲集 6

 

      정숙자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유리창 쪽에 양말을 넌다

   발바닥이 바깥을 보도록 넌다

   그 안쪽 줄에는 속옷을 널고 더 안쪽 줄에는 화장실만 지

키던 타월을 널고 마지막 그늘에는 겉옷을 넌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균등한 빛의 분배다

   빨래들은 때 묻고 구겨진 신민

   온갖 영화와 치욕을 함께 한 신민일진대 왕은 요즘도 찬

찬히 손빨래 한다

   군신유의(君臣有意)는 왕으로부터

   세제를 덜 풀어 강물이 곱고 헹군 물에 다시 헹궈 달빛이

맑고 관절을 움직여 와탑이 밝다 

   시간이야 좀 축이 나지만 왕의 신뢰는 왕으로부터

   모든 빨래는 반듯이 개어 꼭꼭 밟는다

   밟아 넌 빨래들은 언제나 새것이다 납작해지지 않는다

다리미로 고문한 신민과는 다르다   양말까지도 구멍이 나

도 처녀 적 올을 지킨다                   

   우리 집 붉은 고무다라이의 주의는 <평등>이다 

   왕조차도 엎드려 비누칠한다

   잘 마른 빨래 정성껏 접어 서랍에 넣을 때도 양말이 우선

이다

   오랜 세월 그저 그렇게 한다 아직 신민의 데모가 없다

       -다층200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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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