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떼
-無爲集 4
정숙자
갈채가 몰리는 광장으로 현자들이 모여든다
너도나도 달리기 높이뛰기 앞 뒤 없이 매달린다
가장자리 표목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먼 데 구름만이 풍경을 헤아린다
―현자들은 저마다 복색이 희한하다
―희한한 옷 없는 자 어울려 뛸 수 없다
―이 저자에선 연결고리가 으뜸고리다
06:00 자명종 소리가 칼날을 들이댄다
시계바늘이 발 빠른 현자 곁에 순식간에 직립한다
빛을 차려입은 시간이 광장으로 기어나간다
현자였다니, 그마저도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하나 둘 셋…
종으로 횡으로 현자들이 버린 웃음
대기권 깊숙이 슬픈 구멍을 내고 있다
-『리토피아』200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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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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