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독사 떼/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6. 02:16


    독사 떼

     -無爲集 4

 

     정숙자


                     

   갈채가 몰리는 광장으로 현자들이 모여든다

   너도나도 달리기 높이뛰기 앞 뒤 없이 매달린다

   가장자리 표목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먼 데 구름만이 풍경을 헤아린다

 

   ―현자들은 저마다 복색이 희한하다

   ―희한한 옷 없는 자 어울려 뛸 수 없다

   ―이 저자에선 연결고리가 으뜸고리다


   06:00 자명종 소리가 칼날을 들이댄다 

   시계바늘이 발 빠른 현자 곁에 순식간에 직립한다

   빛을 차려입은 시간이 광장으로 기어나간다

   현자였다니, 그마저도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하나 둘 셋…

   종으로 횡으로 현자들이 버린 웃음

   대기권 깊숙이 슬픈 구멍을 내고 있다 
     -리토피아200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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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