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열매는 매달림의 언어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2. 23:32

 

 

      열매는 매달림의 언어다

       -無爲集 7

                                   

      정숙자



   어쨌든 매달리자

   아망스런 손 달렸으니 매달리자

   매달리기 좋은 손가락으로 매달리지 아니함도 모종의 낭

 비

   염탐 말자 어디건 매달리자

   아느냐 쌀밥, 아니면 보리밥이라도 

   힘껏 매달리다보면 까치밥이라도 될는지 누가 아느냐

   말석에 돋아난 풀도 그 말석에 매달려 꽃을 굴린다

   잎은 가지에, 가지는 기둥에, 기둥은 뿌리에, 뿌리는 흙

 에, 흙은 씨앗에, 씨앗은 태양에… 

   오호라 꼭두로 익은 태양조차도 무수한 끈 풀어 대지에

 매달린다 

   매달리지 않고 여무는 빛 있을까

   삶이란 매달림

   살아남았음이란 매달렸음

   매달릴 바에야 힘껏 매달려 충실히 익자

   설익든 농익든 결국 다 떨어지지만 이왕이면 힘껏 매달

 려 때깔이라도 곱게 후리자

   요만큼 야무진 손가락이야 또 어떤 짐승이 있나

   간댕간댕일지언정 알탕갈탕일지언정

   아무렴! 매달리자

   매달리지 않으면 도태형이다

   제때, 제자리에 떨어질 몰락 하나 꿈으로 꼽자

   시간? 공간? 아무튼 매달리자 때로는 <놓음>에도 매달

 리자

     -애지200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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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