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매달림의 언어다
-無爲集 7
정숙자
어쨌든 매달리자
아망스런 손 달렸으니 매달리자
매달리기 좋은 손가락으로 매달리지 아니함도 모종의 낭
비
염탐 말자 어디건 매달리자
아느냐 쌀밥, 아니면 보리밥이라도
힘껏 매달리다보면 까치밥이라도 될는지 누가 아느냐
말석에 돋아난 풀도 그 말석에 매달려 꽃을 굴린다
잎은 가지에, 가지는 기둥에, 기둥은 뿌리에, 뿌리는 흙
에, 흙은 씨앗에, 씨앗은 태양에…
오호라 꼭두로 익은 태양조차도 무수한 끈 풀어 대지에
매달린다
매달리지 않고 여무는 빛 있을까
삶이란 매달림
살아남았음이란 매달렸음
매달릴 바에야 힘껏 매달려 충실히 익자
설익든 농익든 결국 다 떨어지지만 이왕이면 힘껏 매달
려 때깔이라도 곱게 후리자
요만큼 야무진 손가락이야 또 어떤 짐승이 있나
간댕간댕일지언정 알탕갈탕일지언정
아무렴! 매달리자
매달리지 않으면 도태형이다
제때, 제자리에 떨어질 몰락 하나 꿈으로 꼽자
시간? 공간? 아무튼 매달리자 때로는 <놓음>에도 매달
리자
-『애지』200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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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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