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가 살아있다
최해돈
홀로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누워 있는 돌멩이를
아무런 까닭 없이 툭, 발로 걷어찼다
돌멩이가
데굴데굴 한참을 잘도 굴러가다가
멀리 있는 엄마를 생각하며 콩, 콩, 콩 굴러가다가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마침내 쿡, 쓰러진다
길바닥에 있는 저 돌멩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얼마나 지나갔을까
세상 낮은 곳으로 기쁨의 눈(雪)은 얼마나 내렸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훨훨 길을 가고
세월이 바람을 등에 업고 말없이 지나간다
내 발에 챈 저 돌멩이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으므로
죽는 순간까지 나를 미워할 것이다
나는 돌멩이에게 좀 미안하여
햇살 내려오는 날에도 돌멩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내 마음 속엔 후회의 잔뿌리가
종일토록 쑥쑥 자랄 것이니
* 시집 『아침 6시 45분』에서/ 2012.8.23 <도서출판 지혜> 펴냄
* 최해돈/ 충북 충주 출생, 2010년『문학과의식』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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