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판례집
이성복
행여 내 울부짖은들, 뉘라 천사들의 계열에서
날 들으리? 하물며 어느 천사가 있어
불현듯 나를 가슴에 안아준다 한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1」
그러니까 우리 사는 세상은 천사들의 판례집. 지방법원 고등법원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사건도 있고, 중간에 농간 치는 변호사 사무장도 있다. 물론 모두가 형사범은 아니어서 돈
이나 사랑 문제로 고민하는 천사들, 숨 넘어갈 때까지 송사만 벌이는 천사들도 있다.우리
는 날 때부터 타락한 천사들. 우리가 아우성쳐도 선량한 천사들의 계열에서 들어줄 리 없
지만. 정도가 심하면 법정 모독죄가 추가된다. 우리 사는 세상에 면회 오는 천사들은 없다.
우리를 옥바라지하던 한 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 (복간)시집『 물결무늬 자국』에서/ 2012.11.30 초판, 2013.6.17재판 발행/<(주)문학과 지성사>
* 이성복/ 경북 상주 출생, 1977년에 시「정든 유곽에서」를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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