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지 순
명상에 잠겨 봅니다
고요한 침묵 몸 안에 흘러들고
그 물결 흘러 넘쳐 푸른 옷자락 흰 구름처럼
흘러내립니다
지상으로부터
미소 짓는 손가락 하나 주워 들고
바위 같은 생의 얼굴을 고입니다
한순간 주변이 환해집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흐르는 육감은 침묵으로 여며
꼭 다문 입은 백만언을 말하는 듯합니다
수천수만 년 동안 흘러온
모든 인연 흘려보냈습니다
거울처럼 눈에 든 풍경 지웠습니다
잡았던 손 다 놓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흘려보낸다고 모든 인연 떠나고
지운다고 모든 풍경 사라지는 것 아니라는 것
놓는다고 모든 손 풀어지는 것 물론
아니라는 것
반가사유상으로 흐르는
저 강물의 자세
잠시 흉내라도 내보는 거랍니다
* 시집 『누추한 평화』에서/ 2012.3.26 <문학의전당> 펴냄
* 지 순/ 충북 중유ㅓㄴ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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