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산/ 지 순

검지 정숙자 2013. 6. 7. 12:42

 

 

    산

 

    지 순

 

 

  명상에 잠겨 봅니다

  고요한 침묵 몸 안에 흘러들고

  그 물결 흘러 넘쳐 푸른 옷자락 흰 구름처럼

  흘러내립니다

 

  지상으로부터

  미소 짓는 손가락 하나 주워 들고

  바위 같은 생의 얼굴을 고입니다

  한순간 주변이 환해집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흐르는 육감은 침묵으로 여며

  꼭 다문 입은 백만언을 말하는 듯합니다

 

  수천수만 년 동안 흘러온

  모든 인연 흘려보냈습니다

  거울처럼 눈에 든 풍경 지웠습니다

  잡았던 손 다 놓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흘려보낸다고 모든 인연 떠나고

  지운다고 모든 풍경 사라지는 것 아니라는 것

  놓는다고 모든 손 풀어지는 것 물론

  아니라는 것

 

  반가사유상으로 흐르는

  저 강물의 자세

  잠시 흉내라도 내보는 거랍니다

 

 

  * 시집 『누추한 평화』에서/ 2012.3.26 <문학의전당> 펴냄

  * 지 순/ 충북 중유ㅓㄴ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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