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먼 길/ 최진화

검지 정숙자 2013. 6. 5. 15:00

 

 

    먼 길

 

    최진화

 

 

  저 노인

  봉분처럼 둥근 허리 말아 쥐고

  오늘도

  누울 자리 보러 가시네

 

  주름진 파도에

  젖은 세월

  해풍에 말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시네

 

  햇볕에 잘 자란 묏등

  슬그머니 한번 쓸어주고

  작년 봄 먼저 누운 할망구

  잔소리 한번 들어주고

 

   -원제나 이 따습은 자리에 누울끄나

  먼 산 그림자 발등 덮을 때까지

  저 세상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까지

 

  마른 나무 밑동부리로 앉아 계시네

 

 

  *시집 『푸른 사과의 계절』에서/ 2013.5.10 <도서출판 지혜> 펴냄

  * 최진화/ 경기도 동두천 출생, 2005년『문학나무』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