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사하라 헬스클럽 모래시계/ 이 명

검지 정숙자 2013. 5. 30. 12:05

 

 

    사하라 헬스클럽 모래시계

 

     이 명

 

 

  호리병 속에서 모래가 흘러내린다

  모래도 투명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시계가 된다

 

  떨어지는 족족 묻히는 시간의 모래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은 망각 속으로 묻혀들까

 

  마지막 모래가 떨어지는 순간

  내 나무자세 한 토막도 빠르게 풀어진다

 

  돌려세울 때마다 죽었던 모래가 다시 살아났다

  사하라의 태양이 빛날 때

  사하라도 우주의 호리병 속에서 흘러내린

  모래 언덕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속, 깊이 걸어 들어갈수록

  두 팔을 벌리고 꼿꼿이 서 있는 어린 향소나무

  내 유년의 모래사장이 하얗게 드러났다

  사하라에서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 줌의 모래를 흘려보내며 나는 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 움큼의 삶, 다시 돌려세운다.

 

 

  * 시집 『앵무새 학당』에서/ 2013.3.15 <문학아카데미> 펴냄

  * 이 명/ 경북 안동 출생, 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벌레 웜홀/ 김다명  (0) 2013.06.05
먼 길/ 최진화  (0) 2013.06.05
문 닫힌 봉산산방 앞에서/ 홍우계  (0) 2013.05.25
가지 말래도 가더니/ 정국희  (0) 2013.05.25
만종/ 김남호  (0)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