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헬스클럽 모래시계
이 명
호리병 속에서 모래가 흘러내린다
모래도 투명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시계가 된다
떨어지는 족족 묻히는 시간의 모래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은 망각 속으로 묻혀들까
마지막 모래가 떨어지는 순간
내 나무자세 한 토막도 빠르게 풀어진다
돌려세울 때마다 죽었던 모래가 다시 살아났다
사하라의 태양이 빛날 때
사하라도 우주의 호리병 속에서 흘러내린
모래 언덕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속, 깊이 걸어 들어갈수록
두 팔을 벌리고 꼿꼿이 서 있는 어린 향소나무
내 유년의 모래사장이 하얗게 드러났다
사하라에서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 줌의 모래를 흘려보내며 나는 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 움큼의 삶, 다시 돌려세운다.
* 시집 『앵무새 학당』에서/ 2013.3.15 <문학아카데미> 펴냄
* 이 명/ 경북 안동 출생, 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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