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개의 죽음
오태환
늙은 개 한 마리가 어두운 구석에서 모로 누운 채 죽어가고 있다 녀석은 죽어가면서도 고요히 무언가를 바라보며, 또 골똘히 코를 씰룩거린다 내가 녀석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고 무슨 냄새를 맡으며 죽어가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녀석은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면서, 낡은 가죽 부대를 조심조심 기울이듯이, 마지막 고단한 숨을 느리게 기울이겠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러니까 녀석은 분명히 죽음이 오기 전에, 죽음보다 미리 가서 죽음이 오기를 참고, 꾹 참고 기다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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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에서/ 2013. 4. 5. <詩로여는세상> 발행
* 오태환/ 1984년《조선일보》《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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