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곡선
정숙자
직선의 한 끝은 코너다
직선의 다른 한 끝은 삶이며
양 끝이 맞닿은 그 직선은 원으로 복귀한다
발자국과 발자국을 잇는 직선 하나하나가 인생을 그려나간다. 고유한, 비슷비슷한 발자국 위로 다른 발자국이 포개지는 동안 아장아장 세워졌던 최초의 직선들은 꼬부라지거나 시들거나 온갖 곡률을 경험하며 멀리멀리 돌아나간다.
뻗어나감에 있어 코너의 섭렵이란 얼마나 값진 수업이었던가. 그러나 직선은 그 무엇도 다시 체험할 수 없는 코너가 자신의 한 끝에 존재한다는 걸 모른 채 뒤로 뒤로 발자국을 내버리며 한 발 앞의 구름판에 눈길을 모을 뿐이다.
코너에는 보이는 코너와 보이지 않는 코너가 있다. 그 중 보이지 않는 코너란 시간과 공간이 반대로 지나가는 교차점에 위치하며 직선의 처음과 끝이 거기 물려버리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직선의 생존곡선을 ‘기류’라 해도 좋을까.
떠오르던 비명이 끊어졌다
누군가 낀 것이다
양 끝이 맞닿은 직선 하나가 공으로 복귀한다
*『시작』2010-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