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비상구/ 채선

검지 정숙자 2013. 4. 19. 02:20

 

 

    비상구

 

     채선

 

 

  오늘은 쓰레기를 버려야지

  분리수거도 해야지

  착하고 슬픈 나를 분리해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사랑을 버리고

  의리를 버리고

  배워야만 하네 쓰레기통에서

  오물들과 섞여 살아가는 진리를

 

  이젠 진통 없이 살아가야지

  모두 무지갯빛 가면을 쓰고 음모를 꾸미려

  누런 이빨 드러내고 웃네

  나도 웃어야지 신나게

  검게 탄 속 뒤집어 털어버리고

  하얀 페인트를 칠해야 해

  코팅도 해야지

  피가 새나오지 않도록

 

  오늘은 큰 소리로 떠들어버릴 거야

  낮은 목소리는 치우고

  세상 모두 들어라

  빌어먹을, 빌어먹을

  꿈을 버려

  슬픈 인내까지

  모두 진창에 처박아버리고

 

  참된,

  헛소리를 해야지

 

 

  * 시집 『삐라』에서/ 2013.3.30 <한국문연> 펴냄

  * 채선/ 서울 출생, 2003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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