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화성에 도착한 바이킹 1호는
송현지/ 문학평론가
1976년, 화성에 도착한 바이킹 1호는 사이도니아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지구에 전송한다. 화성의 표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념비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공개된 사진은 곧 논란의 중심에 놓인다. 촬영된 지역의 일부에서 사람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화성 최초 착륙에 성공할 만큼 당시 발전된 과학기술을 증명하는 하나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었을 이 사진은 한순간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목소리들로 뒤덮인다. 이를테면 화성에 고대 이집트와 같은 문명이 있었다거나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등의 소문들. NASA는 이 사진으로 인한 음모론이 가라앉지 않자 시간 간격을 두고 해당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이것이 루머임을 입증하려 했다. 결국 2001년 마스글로벌서베이어가 찍은 높은 해상도의 사진이 공개되자 화성의 인면암은 빛의 음영과 비트 오류와 같은 당시 카메라 기술의 문제로 발생한 해프닝임이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대상에서 의미 있는 형상을 찾아내려는 심리적 현상, 즉 '파레이돌리아'에 의해 발생한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어 왔다. 일종의 인지 오류라고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일은 일상에서도 흔히 이루어진다. 달의 표면에서 토끼를 발견한다거나 구름에서 특정한 형태를 연상하는 등이 그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작용이 이루어지는 핵심 기제는 익숙함이다. 우리에게는 습관적으로 대상에서 익숙한 패턴을 추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한번 인지하여 친숙해진 후에도 같은 대상에서 계속해서 동일한 패턴을 보게 되어 자신이 대상을 왜곡하여 바라본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그 실체가 분명히 확인되지 않은 대상을 바라볼 때 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이러한 대상에서 사람의 얼굴처럼 확실한 형상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실체의 형상을 학습하게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파레이돌리아의 예로 자주 거론되는 UFO 목격담을 떠올려 보자. 대개 대기 현상으로 발생한 장면을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러한 발견들이 거듭되면서 UFO의 실체를 본 적이 없는 우리는 그것의 형상이 대체로 그럴 것이라 학습하게 되었고 혹여 그와 비슷한 패턴을 보면 동일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누가 UFO의 형상을 공인하였으며, 그 형태가 정말 저러한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p.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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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4-여름(34)호 <quarterly review 계간 리뷰/ 웃자란 말들> 도입부
* 송현지/ 문학평론가, 202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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