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 김안

검지 정숙자 2024. 11. 22. 13:14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시집 『귀신의 왕』, 「시인 에세이」에서            

 

    김안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1908년 일본의 공병대가 만든 문으로, 산의 구멍을 뚫었다고 하여 '혈문血門'이라 불렸던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 정상에 한 대 정도의 차가 오를 수 있는 작은 터널이다. 당시 혈문을 기준으로 일본인 조계와 조선인 거주지가 나뉘어 있었다. 최근 어떤 일을 하다가 1923년 기사 중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혈문 벽에다 누군가 커다랗게 '수평사원래인기념水平社員來人記念'이라 낙서를 해놓았다는 것. '수평사水平社'는 일본의 최하층민인 부라쿠민部落民 해방운동을 위해 1922년 설립된 단체이다. 수평사의 창립선언문은 일본 최초의 인권선언이고, 또 백정의 차별 철폐를 위해 1923년 경남 진주에서 만들어진 '형평사衡平社'와 교류하기도 했다. (p. 1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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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귀신의 왕』에서/ 2024. 11. 15. <아시아> 펴냄

 * 김안/ 1977년 서울 출생, 2004년『현대시』로 등단,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아무는 밤』『Mazeppa』등